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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소식 제313호  [2026.05]

[4면] [윤리의 窓] 언론계 표준 윤리규범을 만들 수는 없을까?

언론계 표준 윤리규범을 만들 수는 없을까?

  •   언론 보도가 윤리적인 기준을 지켰는지가 종종 논란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 언론 보도의 윤리 기준을 제대로 알고 언론을 비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꼭 자기편에 불리한 보도만 윤리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인들도 특정 상황에서 지켜야 하는 윤리 기준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기준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금방 생각나는 사례 몇 가지만 들어보자. 이른바 ‘유예 기간’을 두지 않고 퇴직과 동시에 정치권으로 가는 언론인을 ‘폴리널리스트’라며 비판하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언론계의 통일적인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유예기간은 6개월이 많지만, 3년으로 규정한 사례도 있다. 제한 범위도 제각각이다. 공직 출마만 제한하기도 하고 청와대나 재벌 대기업으로 가는 것까지 범위를 넓힌 사례도 있다. 공통의 기준이 있다면, 이들을 영입하는 쪽이나 가는 사람이나 조금은 더 기준을 지키려고 하지 않을까?

      초상권이나 사생활권, 음성권 보호 같은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 사진을 공개해도 되는지, 어떤 경우는 사생활 영역으로 보고 취재나 보도를 자제할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음성을 사용해도 될 것인지 등은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언론사마다 매일 같이 고민하는 일이다. 그런데 개별 언론사 규정을 보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도 이런 규정이 있다’는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언론계 전반의 컨센서스에 기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통일적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소속 단체에 따라서 중첩적인 기준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길거리 스케치 사진에서 등장인물을 모두 흐림처리하기도 하고, 그냥 내보내기도 한다. 사진 속 인물이 연락해서 삭제를 요구하면 화들짝 놀라 사진을 내려준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촬영할 때부터 당사자 식별이 가능한 부분을 잘라버리는 경우도 많다. 어떤 방송사는 똑같은 장면을 같은 날 앵커 배경에서는 흐림처리하고 기자 리포트에서는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같은 날 같은 피의자를, 한 방송사는 익명에다 흐림처리하고 다른 방송사는 실명에 원본 사진을 내보내기도 한다.

      언론 단체들이 각자 고유한 강령과 윤리적 기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각자 나름의 설립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계가 이런 쟁점에 대한 통일적 기준을 갖지 못하면 결국 각자의 대응이 중구난방이 되고, 전체적으로 어떤 기준이나 결정도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다. 누군가 불만을 제기하면 언론은 원칙을 따지기에 앞서 불만을 무마하는 쪽을 선택하기 쉽다. 취재 대상이든 언론이든, 원칙이 무엇인지 딱히 관심이 없다.

      현장에서 적용해야 하는 기준선은 점차 내려간다. 급기야 초상권 침해는 주장하기만 하면 인정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항의만 하면 사진을 흐리거나 내린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촬영하지 말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공식 지침을 만든 현업언론인 단체도 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기준이라기보다는 당장의 갈등을 피하려는 선택이다.

      언론윤리 규범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제각각인 기준이나, 현실적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는 기준이나 별 의미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킬 수 없는 장식적 기준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아도 제대로 교육하고 적용을 통해 단련하지 않는 규범은 무의미하다. 그러니 아파트 경비원이 “우리 아파트 찍지 마세요”하고 항의하면 ‘아파트의 초상권’을 고려했다며 외경도 찍지 않고 돌아오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해본다. 언론인 단체가 함께 참여해서 공동의 취재보도준칙을 만드는 것이다. 각 단체의 고유한 설립 목적을 담은 강령 같은 것은 놔두고, 취재 보도에 필요한 기준을 공동으로 만들자는 말이다. 쟁점 상황을 망라하는 ‘표준 취재보도준칙’을 만들고 각 언론이 이를 사정에 맞게 조정해서 시행하면 언론을 둘러싼 많은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개별 언론이 표준 준칙의 일부를 강화하는 등 변경하더라도 언론계 공통의 표준이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분명히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런 표준 준칙은 각종 법적 분쟁에서 판단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재판부가 취재 방식이나 보도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언론계의 표준 준칙을 준수했는지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표준 준칙은 고무줄 잣대 논란을 빚고 있는 언론중재위의 조정 과정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도 원칙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제대로 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표준 윤리규범’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