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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17년 2월 10일자 1면「SKY(서울·고려·연세대)엔 ‘금수저’들이 산다/재학생 10명 중 7명 부유층」기사에 대해 윤리위원회가 제907차 회의(3월 8일)에서 내린 ‘주의’ 결정에 대한 재심청구를 ‘기각’ 한다.
1. 국민일보가 제기한 재심청구 사유는 다음과 같다.
『국민일보는 2017년 2월 10일자 1·2·3면 ‘SKY엔 금수저 산다’ 기사에서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2만9674명을 고소득층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귀 위원회는 “이 추정이 맞으려면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2만9674명이 다른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전제에는 허점이 보인다. 대학교육협의회 공시시스템인 ‘대학알리미’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2015년도 SKY대학의 교내장학금과 외부장학금 총액은 서울대 360억원, 고려대가 394억원, 연세대가 432억원이다. 이들 장학금은 한국장학재단이 지급한 국가장학금(서울대 173억원, 고려대 169억원, 연세대 184억원)이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결과적으로 3개 대학의 총장학금 가운데 국가장학금 비중은 서울대가 32.4%, 고려대가 30%, 연세대가 29.8%에 불과하다. 국가장학금보다 다른 장학금(교내 장학금 및 외부장학금)의 총액이 최소 배 이상 많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미신청자(2만9674명) 가운데 상당수가 다른 장학금을 받았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당시 지면 관계상 설명을 지나치게 축약했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늘려 설명했더라면”이란 후회가 듭니다. 본보는 당시 보도에서 국가장학금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학 자체 장학금도 국가장학금 신청을 통해 드러난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한 줄로만 언급하고 넘어갔습니다. 좀더 상세한 설명을 했다면 오해가 빚어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여 지적하신 미신청자를 고소득층으로 추정하게 된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본보 취재팀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소득분위 자료는 취재팀이 1차 분석한 뒤 교육부 국가장학금 담당자들과 2차 확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확인 작업의 핵심은 귀 위원회가 지적한 미신청자를 고소득층으로 추정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본보 취재팀과 교육부 국가장학금 담당자들이 내린 결론은 “충분히 고소득층으로 추정 가능하다”였습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공통으로 교내·외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토록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드러난 학생 본인이나 집안의 소득 분위는 교내외 장학금 심사 시 학생의 경제적 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 세 대학은 교내·외 장학금 중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는 장학금의 경우 국가장학금 신청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즉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각종 교내·외 장학금을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본보 보도에서 분석한 2015~2016년 시기 교육부 대학장학과장(국가장학금 담당)이었던 염기성 산학협력정책과장이 “국가장학금 대상자라면 당연히 국가장학금 신청이 기본이고 거기에 다른 교내외 장학금을 더해 등록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장학금 자체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현재 국가장학금을 담당하는 노진영 대학장학과장 역시 “미신청자는 국가장학금을 한번 정도 신청해보고 소득분위가 높게 나와 아예 신청하지 않는 인원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정문에 익명의 관계자만 거론해 신빙성 낮다고 언급됐기 때문에 실명과 직책을 언급했습니다. 만약 이 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신다면 실명 부분은 가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울대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본보가 보도한 2015~2016년만 놓고 보겠습니다. 아래는 서울대가 재학생에게 교내외 장학금을 신청토록 공지한 글인 ‘2015학년도 1학기 학사과정 장학금 신청 안내’ 내용 일부입니다.
“교내?외 맞춤형 장학금(가계소득 8분위 이하)을 받고자하는 학생은 추후 국가장학금 유형ⅠⅡ을 반드시 신청. 가계소득분위가 필요한 교내 맞춤형 장학금(SNU희망장학금 포함) SNU희망장학금(생활비 월정) SNU희망장학금(해외수학장학금) 국가근로장학금도 국가장학금 유형ⅠⅡ을 반드시 신청. 2015학년도 1학기 국제협력본부를 통해 선발된 해외교환학생에게 지급하는 SNU희망장학금(해외수학장학금)은 2014학년도 2학기 국가장학금 가계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선정함(미 신청자는 가계소득분위 확인이 불가하여 선정될 수 없음) 기초생활수급권자는 교내장학금만 신청하고 국가장학금 미 신청 시, 맞춤형 장학금을 받을 수 없음”이라고 했습니다.
이 안내문을 보고도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인원은 서울대가 이 안내문에서 열거한 모든 장학금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안내문의 국가장학금 신청과 관련한 내용은 2015학년도 1·2학기, 2016학년도 1·2학기 공통 사항이었습니다.(안내문 첨부했습니다.)
‘2016학년도 2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안내(1차)’란 안내문을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국가장학금 및 교내외 장학금은 대부분 가계곤란(국가장학금 신청 시 결정되는 소득분위 기준으로 판단) 및 성적을 고려하여 추천 함.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이 아니더라도 장학금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소득분위 산정을 위하여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즉 교내외 장학금을 막론하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국가장학금을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당 자료도 별첨했습니다.
‘2016.2학기 (학사과정) 장학금 신청안내’란 서울대 홈페이지 게시판 내용을 보겠습니다. 내용을 보면 “가계소득분위가 필요한 교내외 맞춤형 장학금을 받고자 하는 학생은, 교내 장학금 신청과 더불어 국가장학금 유형 1, 2 또한 반드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어 “가계소득분위가 필요한 장학금은 선한인재장학금/해외수학장학금/국가근로장학금/국가장학금 1, 2 유형/ 각종 교외장학금 등”으로 명시했습니다. 각종 교외장학금이란 대목이 눈에 띕니다.
교외 장학금으로 분류되는 사례를 보겠습니다. 동문 기부로 조성되는 서울대발전기금에서 지급되는 ‘선한인재장학금’입니다. 선한인재장학금은 1분위 이하 재학생에게 3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합니다. 학기당 850명을 대상으로 30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5학년도 2학기 선한인재장학생 신청’ 안내문을 보면 지원 자격으로 “국가장학금 신청 결과 가계 소득 1분위 이하 학부생 전원”이라고 안내했습니다.
고려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1학기 교내장학금 신청 안내’를 보면 신청 자격에 “2016학년도 1학기 재학 중인 학부생으로 국가장학금 신청자(소득분위 산정 완료자)”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 문서 하단에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만 상기 교내장학금 신청이 가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5?2016학년도 교내장학금 신청 안내 공통 사항입니다. 해당 게시물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고려대도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국가장학금 신청을 공고하면서 교내 장학금을 받으려면 국가장학금을 반드시 신청토록 요구했습니다. ‘2016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2차 신청기간 안내’를 보면 “교내장학생 선발 시 국가장학금 (I.II 유형) 미 신청자는 수혜대상에서 제외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고려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포기해야 하는 교내장학금은 다양합니다. 면학장학금, 신입생면학장학금, KU드림장학금, 소망장학금, 미래로장학금, 미래로생활비장학금, 미래로기숙사장학금, 우수학생선수장학금 등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포기해야 합니다. 예컨대 미래로생활비장학금과 미래로기숙사장학금을 받는다면 생활비와 주거비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안암장학금, 크림슨장학금, 단과대학장학금, 신입생우수장학금, 과학영재장학금 등도 국가장학금 신청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연세대도 비슷합니다. ‘2016학년도 2학기 국가장학금 2차 신청 안내’를 보면 “소득분위장학금을 수혜하고자 하는 학부생은 반드시 국가장학금(I/II유형)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내문 말미에 “국가장학금(I/II유형) 수혜자도 등록금 범위 내에서 교내/외 장학금 중복수혜가 가능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교내외 장학금 중복수혜가 가능한데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국가장학금 신청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연세대는 크게 진리, 자유 두 종류의 교내장학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리장학금은 성적 기반, 자유장학금은 소득 기반입니다. ‘2015학년도 2학기 대학배정장학금 신청안내’를 보면 국가장학금 1차 신청자는 증빙서류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장학금 1차 신청기간에 신청하여 소득분위를 획득한 학생들이 자유장학금 우선 대상자가 됩니다. 안내문을 보면 “한국장학재단 국가장학금 신청을 통한 소득분위 결과는 대학배정(자유)장학금 수혜자 선발 시 참고자료로 사용될 예정이오니, 대학배정(자유)장학금 신청자는 한국장학재단 국가장학금을 1/2차 기간에 반드시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5학년도 2학기 국가장학금 1차 신청 안내’를 보면 국가장학금 신청을 거의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소득분위장학금을 수혜하고자 하는 학부생은 반드시 국가장학금(I/II유형)을 신청해야 합니다. 국가장학금 신청 후 소득분위 자료는 각종 장학생 심사 시 참고 자료로 사용되오니 장학금 수혜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서 국가장학금을 아래 기간 내에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한마음장학금 수혜 대상 학생은 반드시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셔야 한마음장학금을 수혜 받을 수 있으니 해당 학생은 반드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대학배정 자유장학금(가계곤란)을 수혜 받기 위해서는 소득분위 결과가 필요하오니 해당 장학금을 수혜 받고자 희망하는 학생은 반드시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연세대 역시 명문사학답게 교외장학금이 다양합니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소득 수준을 입증해야 하는 장학금이 여러 확인됐습니다. 예컨대 ‘2015-1학기 사랑드림장학금(삼성) 신청안내’를 보면 “신청제외자: 국가장학금 미신청자”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성적 장학금이나 소득 수준을 보지 않는 다른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않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과 학사일정, 교내외 장학금 신청 시기를 고려하면 예외적인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고려대의 2016학년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16학년도 국가장학금 1차 신청 기간은 2015년 11월 24일~12월 16일이었습니다. 재학생은 1차 신청이 원칙이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2016년 2월 25일~3월 10일 2차 신청을 허용했습니다.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국가장학금 1차 신청 기간은 성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점입니다. 기말고사 직전이거나 진행 중인 시기와 국가장학금 1차 신청 기간이 맞물리게 됩니다. 본인의 성적은 물론이고 다른 학생의 성적도 나오기 전입니다. 성적장학금을 포함해 교내장학금 신청기간은 국가장학금 신청이 끝난 2016년 3월 24일~4월 6일이었습니다. 높은 성적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중·저소득층 학생이 국가장학금 1, 2차 신청기간을 모두 흘려보내고 수령 여부가 불투명한 교내장학금에만 기대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듭니다. 좋은 성적이 예상되더라도 다른 학생보다 월등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높은 성적을 받았더라도 일단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난 뒤 성적장학금을 비롯한 교내외 장학금을 노리는 게 상식적입니다.
장래가 기대되는 명문대생이므로 일가친척 등이 알음알음 도와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않는 요인이 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봤습니다. 이런 돈이 있다면 대학별 교내외 장학금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지원금일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국가장학금과 교내외 장학금을 최대한 받아 등록금으로 활용하고, 개인 후원금은 서울 체류비 등 생활비를 해결하면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매우 많은 돈을 알음알음 받아 등록금과 생활비를 풍족하게 쓰는 경우가 있다면 극소수일 것으로 판단되며 통계에서 무시해도 무방할 수치라고 판단했습니다.
2015년 2학기와 2016년 국가장학금 신청자 변동 상황을 분석해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이 됐습니다. 정부는 2016년 1학기 국가장학금 혜택을 강화하면서 “국가장학금 완성으로 박근혜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이 완성됐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세 대학의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2015년 2학기 2만3011명에서 2016년 1학기에는 2만6718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자 9·10분위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10분위 1992명, 9분위 463명 등 고소득층이 2455명 증가했습니다. 중·상 소득층인 6~8분위도 1992명 증가했습니다. 중·상 소득층에선 8분위가 가장 많이 출렁였습니다. 반면 중·하 소득인 3?5분위는 154명, 저소득층 263명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2학기에는 장학금 신청자가 2015년 수준인 2만3748명으로 줄어버렸습니다. 줄어든 인원 대부분은 10분위였습니다. 2016년 1학기 10분위는 8885명이었는데 2학기에는 6057명이 됐습니다.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갑자기 늘어났다 급격하게 빠져나갔습니다. ‘혹시’ 하고 신청했던 고소득층 일부가 ‘역시’라며 포기하고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신입생 상당수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2016학년도 신입생 중에 소득분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 신청했다 9분위 이상으로 나와 2학기에는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 가능합니다. 만약 2016학년도 신입생 중에 중·저소득층이 다수였다면 9·10분위 말고 다른 소득분위가 움직였어야 하는데 다른 소득분위는 오히려 줄어들거나 변동 없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국가장학금 미신청자=9분위 이상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100% 정확한 수치는 아니고 추정치입니다. 저희 취재팀이나 교육부 담당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미신청자를 일일이 전부 조사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에게 강제로 소득 증빙자료를 내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소득이 확인된 국가장학금 신청자만 다룬다면 또 다른 왜곡 보도가 됩니다. 고소득층으로 추정 가능한 국가장학금 미신청자가 무시할 수 없는 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보도를 하지 않을 정도로 의미 없는 통계는 아니었습니다. 소득 격차가 학벌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로 생각했습니다. 보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공격을 받더라도 미신청자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문제 제기하는 일은 언론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보 보도는 정부가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교육부 대학실장(대학정책 총괄)은 보도 당일인 2017년 2월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정책 담당 과장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본보 보도 진위를 확인했습니다. 회의에선 “팩트라고 볼 수밖에 없다”란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본보 보도는 “명문대에 고소득층이 많은 건 공교육의 실패”라면서 교육부를 비판했습니다. 공교육이 실패했다는 지적은 교육부 정책 실패로 읽히기 때문에 교육부로선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교육부가 만약 10명 중 7명이 ‘있는 집’이란 추정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다른 언론에서 인용하지 못하도록 즉시 반박 자료를 발표했을 것입니다. 여러 언론에서 본보를 인용해 보도했지만 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교육부 공식 보고서에 본보 보도를 인용했습니다. 교육부는 2017년 3월 8일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란 타이틀로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교육부가 배포한 정책 자료집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 보고서’ 5~6페이지에는 양극화로 인한 교육격차 실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급학교 진학에서도 소득 계층간 양극화 발생’이란 단락에서 “SKY엔 금수저들이 산다. 재학생 10명 중 7명이 부유층(국민일보 17.2.10)”이라며 본보 보도를 거론, 교육 격차의 실태를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해당 보고서 역시 첨부했습니다.
또한 귀 위원회는 본보 제목을 지적하셨습니다. 결정문에서 “더 나아가 제목을 ‘SKY 금수저들이 산다/재학생 10명 중 7명이 부유층이라고 달았다. 이 제목은 SKY 대학생 10명 중 7명이 금수저인 것으로 읽힌다. 기사 본문에는 10명 중 7명에 대해 ‘국가장학금 혜택이 필요 없을 정도의 있는 집’, ‘국가장학금이 필요 없을 정도의 넉넉한 형편’ 정도로 표현했는데 제목은 ‘금수저’로 과장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회 통념상 금수저의 범위에 관한 문제로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금수저란 말이 처음 생겼을 때는 최상위 특권층만 언급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먹고살만한 집안 자녀를 지칭하는 말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플래티넘수저, 다이아몬드수저 등 금수저 안에서도 다양한 계층이 나뉘고 있기도 합니다. 보도물들을 살펴보면 금수저를 상위 0.1%, 10% 등 지극히 주관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근로자 사이에도 금수저 흙수저 차이 크다’는 제목의 한 뉴스전문채널의 기사입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근로자를 ‘금수저 근로자’로 표현했습니다. 무려 143만명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금수저·흙수저란 표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 격차를 드러내려는 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또한 ‘금수저끼리 결혼, 독신-결혼생활 빈부차 확대’란 한 일간지 기사입니다. ‘스펙’에 따른 결혼시장 양극화가 언급돼 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현상을 전달하기 위해 “금수저끼리 결혼한다”고 했습니다. 위 뉴스전문채널 기사와 마찬가지로 금수저를 최상위 특권층이 아닌 먹고 살만한 계층 일반으로 표현했습니다.
본보 기사 제목에 쓰인 금수저는 소득 인정액 상위 20% 이상을 지칭했습니다. 과장인지 고민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저계급론의 계급은 통상 금-은-동-흙 계급으로 나뉩니다. 무수저란 말도 최근 널리 사용됩니다. 수저계급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기초~2분위(본보 기사에서 저소득층이라고 언급)는 무수저, 3~5분위(중·저소득층)는 흙수저, 6~8분위(기사에서 중·고소득)는 은수저, 9~10분위(고소득층)는 금수저로 대입해도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구분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사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 금수저란 표현은 지칭하는 계층의 범위가 넓어지고 기사 작성자 주관에 따라 사용되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수저란 말을 함축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면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단어라고 판단했습니다. 언급하신대로 기사 본문에선 금수저란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본문 기사는 금수저란 말없이도 얼마든지 의미 전달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목으로 ‘국가장학금 혜택이 필요 없을 정도의 있는 집 자녀가 SKY 대학의 10명 중 7명’ ‘SKY 대학의 10명 중 7명은 국가장학금 혜택 필요 없을 정도의 있는 집 자녀’ 등으로 썼다면 적절한 제목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SKY 대학의 10명 중 7명은 있는 집 자녀’ ‘SKY 대학의 10명 중 7명은 넉넉한 집’이란 제목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있는 집’ ‘넉넉한 집’이란 표현 역시 지극히 주관적이고 또한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금수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표현이란 판단이 들었습니다.』
2. 위 재심청구 사유에 대하여 윤리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국민일보의 재심청구 내용을 검토하기에 앞서 당시 신문 기사를 요약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는 당시 국가장학재단 소득분위 자료를 근거로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재학생 5만6392명 가운데 최상위 소득계층인 9,10분위라는 이유로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한 1만1543명과 아예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미신청자 2만9674명을 합친 4만1217명(재학생의 73.1%)을 부유층이라고 추정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윤리위원회는 국가장학금 미신청자를 모두 부유층이라고 추정한 것은 사실의 전모를 충실히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고 제목도 과장됐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국민일보가 기사를 쓴 과정을 추정하면 이렇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5년 SKY대 재학생 5만6392명 가운데 국가장학금 신청자 2만6718명에 대한 소득분위 자료를 입수했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부모의 소득관련 자료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2만9674명의 소득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국민일보는 재심청구 사유에서『‘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현황’ 자료를 취재팀이 1차로 분석한 뒤 교육부와 국가장학금 담당자들과 2차 확인작업을 거친 결과 국가장학금 미신청자들을 “충분히 고소득층으로 추정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이런 결론에 도달한 근거들을 설명했다. 그 골자는 먼저 SKY대학 장학금 신청안내를 분석한 결과『세 대학 공통으로 교내외 장학금을 받기위해서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토록 요구하고,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는 장학금의 경우 국가장학금 신청을 의무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국가장학금 신청시기가 성적이 나오기 전임을 감안할 때『일단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뒤 성적장학금을 비롯한 교내외 장학금을 노리는 게 상식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는 교육부 담당자들의 말을 인용해『“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장학금 자체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미신청자는 국가장학금을 한번정도 신청해보고 소득분위가 높게 나와 아예 신청하지 않은 인원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의 주장은 한마디로『국가장학금 미신청자=9분위 이상 고소득층』이란 게 취재결과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국가장학금 미신청자들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며 취재한 과정들은 높이 살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 미신청자가 모두 고소득층이라는 등식은 국민일보의 ‘합리적 추론’일 뿐이지 여전히 ‘사실(팩트)’는 아니다.
더구나 국민일보가 취재과정에서 고려하지 않거나 소홀히 다룬 요인들이 있다.
1.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가운데 성적이 안 될 것 같아 신청하지 않은 경우는 없느냐다. 이 부분을 빼도 좋을 만큼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냐는 것이다. 국가장학금 신청자격을 보면 ‘B학점 이상’으로 돼 있다.
한국장학재단 등에 따르면 2015년 SKY대학 국가장학금 신청자(2만6718명)에서 성적탈락자가 1400여명이다. 이 중 9.10분위 고소득층은 500명이고, 나머지가 900여명이다. 이들 성적탈락자들은 그나마 커트라인에 근접했다고 봐야 한다.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중에는 B학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아예 신청하지 않은 학생도 있을 수 있다. 되레 그런 학생이 성적탈락자보다 더 많았을 법하다. 이 수치도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추론할 수는 있다. 예컨대 SKY대학 재학생 중 B학점 미만의 학생 수를 파악한다면, 국가장학금 신청자의 성적은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나머지 미신청자(2만9674)명 중 B학점 미만을 받은 학생 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랬다면 자발적으로 포기한 인원에 대해 가늠해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2.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SKY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4년 전액장학금이나 반액 장학금, 1년 장학금 등으로 주고 있다. 또 부모의 직장에서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을 대주는 경우도 있다. 이들 성적우수자나 부모 직장에서 장학금을 주는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국민일보는 이 부분을 무시했는지, 알아본 결과 통계적으로 무의미해서 버린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3. 국민일보는 또 교내외 장학금 대부분이 국가장학금 신청과 연계돼 있다고만 밝혔을 뿐 그런 장학금 비중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4. 국민일보의『국가장학금 미신청자(전체의 52.6%)=9,10분위 고소득층』추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SKY 대학당국은 상당수의 고소득층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셈이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시시스템인 ‘대학교육알리미’에 따르면 SKY대학 각각의 교내외장학금 규모가 국가장학금 규모보다 배 정도이거나 그 이상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5년에 국가장학금 173억원이고, 교내외 장학금이 340억 원 규모다. 이 교내외 장학금을 2015년 평균 등록금 596만4000원으로 나누면 6045명이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이 얼마 받았는지는 모르더라도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중 상당수가 교내외 장학금을 받았다고 추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모두가 고소득층’이라는 국민일보의 주장을 받아들이자면 서울대는 국가장학금 미신청자인 고소득층을 위해 상당 액수의 돈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서울대 교내장학금 수혜현황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교내 장학금 총액 142억 가운데 성적우수 장학금이 74.6억원, 저소득층 장학금이 34.5억원, 근로장학금이 26.7억원이다. 명칭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 장학금이 모두 고소득층에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모두를 고소득층으로 추정한 위 기사는 사실의 전모를 충실하게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국민일보는 제목과 관련해「기사 본문에는 10명 중 7명에 대해 ‘국가장학금이 필요 없을 정도의 넉넉한 형편’이라고 돼 있는데 제목을 ‘금수저’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이라고 윤리위가 결정한 데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청구 사유는『금수저가 최상위 특권층만 언급하는 말에서 점차 먹고 살만한 집안 자녀를 지칭하는 말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이 필요 없을 정도의 넉넉한 형편’을 ‘금수저’로 표현한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과장이다.
위와 같은 사유로 윤리위원회의 결정문 취지는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